- 글과 사진

하루

실다움 2014. 10. 25. 18:12

 

그리움의  가을산을 이고 사는이처럼

옆지기가 출타한 3주째 난 자유을 만끽 하며 

이 땅의 가을 산을 부담없이 새벽출사도 다녔고

정갈하고 깊이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연일 산행 일출 사진을 담다보니

무릅도 궁시렁 궁시렁 거리고 손가락도 조잘대

오늘은 몸이 좀 쉬고 싶다는 표현을 해온다

 

쉬자는 몸의 건의도 저버린채

이른아침 어제 장봐 온 알타리 무우를 다듬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온다 후배가 잠시 1시간만 국사봉을 다녀 오자 한다

거절을 수치로 아는 난 흔쾌히 응 하며

무우 다듬던 칼을 내려놓고 출사 준비를 한다

딱 15분후 집앞 도착 몇일 못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8시경 국사봉 주차장이다.

가는 내내 안개로 도로가 선명치 않았는데

운해가 둥둥 떠 다녀 사진 찍기에는 부적격

운동 삶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데

 

가을로 물들어 가는 산과 들

스라브집 담장밖으로 빠져나온 먹시감들과

바람에 흘러가듯 날리는 은빛 억새무리들

어느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는 것이 있으랴마는

보이는것들을 앵글속에 담는 상상을 하며 집으로 왔다

 

알타리 무우랑 고구마가 빙그레 웃으며 반긴다

부지런한 손길로  절여놓고 고구마 포테이토  만들었다

 

                                  (무우김치 -스마트폰으로)

 

 

김치를 담그고 포테이토를 만들었지만

맛 보아줄 가족이 아무도 없다

정갈하고 깔끔한 무우랑 고구마로

일등 요리사에 맛 감별사 까지 1인 2역을 하고 있는데

몇통의 전화가 온다 맛갈스런 단풍 담으로 가자는분 등 등

거절을 사치로 아는 나 이라지만

고추가루 범벅이된 스텐다라이를 놓아두고는 못가겠다고 ...

 

                             (스마트폰으로)

 

씻고 담고 치우고 나니

어제 태고사절집 건축 행사 잔치 떡이라고 받아온 하얀 가래떡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아 그래

그제야 도마에 놓고 떡꾹떡으로 썰어 냉동실에 넣고나니

모든게 질서정연하니 깨끗해 졌다.

 

따사로운 햇살이 배란다 창문으로 비추이는 거실에 앉아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려는데 아뿔싸

배란다 화초들이 도움의 손길을 재촉한다.

한손에 찻 잔을 들고 누런잎도 따주고 엷은 영양제도 주며

곱고 이쁘게 잘 자라주라고 속삭이다

 

지난 날들을 연상하니

세월이 흐르고 그 세월만큼 보이는 것 보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것이 훨씬 많아지고 

그 느낌과 경험들로 삶의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딩동 딩동 벨 소리에 인터폰 창을 보니

옆라인 할머님 께서 손수 주워온 상수리 가루로 쑨  묵을 두모 가져오셨다

얼마나 고마운지

묵 담아온 소반에 조금전 썰어놓은 흰국떡을 한아름 담아드리며

따끈한 모과차 한잔과 고구마 포테이토를 대접해 드렸다.

매년 가을이면 정성이 듬뿍든 할머님표 도토리묵맛을 보아왔던 그 맛...

 

                             (할머니표 묵을 폰사진으로)

 

전화 소리에 달려가 보니 외출한 큰아이한테 카톡이 왔다

잠시후 집에 도착 한다고

 

가족과 어우러진 일상에서 나의 노동력이

때론 삶의 활력소와 함께 오늘처럼 즐거움의 배가 될때도 있다.

 

 

 

2014.10.25. 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