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김연아, 이재영

김연아 GP파이널 역전 우승 이면의 3중고

실다움 2009. 12. 6. 11:33
김연아, GP 파이널 역전 우승 이면의 '3중고'

[OSEN=도쿄, 황민국 기자]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피겨퀸' 김연아(19, 고려대)가 지난 5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 1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게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김연아의 우승이 더욱 뜻 깊었던 까닭은 그 과정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강심장으로 소문난 김연아도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라면서 고개를 절래 흔들 정도였다.

▲ 시차 적응의 벽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에게 가장 큰 벽은 토톤토와 도쿄 사이의 시차였다. 무려 14시간의 시차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김)연아가 비행기와 호텔에서 잠을 푹 잤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훈련에서 피로감이 역력히 드러났다.

이번 대회에서 시차 적응이 얼마나 큰 장애가 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은 캐나다 출신의 조아니 로셰트의 예상 밖 부진이다. 로셰트는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의 대항마로 꼽혔지만 시차 적응에 애를 먹은 끝에 156.71점으로 5위에 그쳤다. 애슐리 와그너(미국)와 알레나 레오노바(러시아)도 기대했던 성적은 아니었다.

김연아 또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끝내 역전 우승에 성공하면서 작년 고양시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위로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김연아를 기쁘게 만드는 것은 평소 훈련지인 밴쿠버서 열리는 내년 올림픽은 시차에 대한 걱정 없이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츠의 변화

부츠의 변화도 김연아를 어렵게 만들었던 요인. 지난 11월 미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왼쪽 부츠가 다소 헐겁다는 판단을 내린 김연아는 그랑프리파이널을 3주 앞두고 과감히 부츠를 교체했다. 새로운 부츠에 적응하는 시간이 보통 1개월 가량 필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몸을 푸는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평소 보여주지 못했던 실수를 잇달아 저지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끝내 새로운 부츠에 적응하면서 우승을 손에 쥐었다. 김연아는 내년 밴쿠버 올림픽을 대비해 오른쪽 부츠도 교체할 계획이다.

▲ 빈발했던 '사고'

김연아에게 이번 대회처럼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경우가 있을까. 앞서 언급했던 쇼트프로그램의 사고는 김연아가 2008년 스웨덴 세계선수권 이후 처음으로 1위를 내주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김연아가 "경기 전 연습에서 넘어진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 훈련에서도 이런 일은 드물다"고 말했으니 그 심각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사고는 결코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5일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가진 공식 훈련에서도 일이 벌어진 것.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스케이트 양 날이 부딪치는 사고를 겪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적응에 힘겨웠던 왼쪽 부츠의 안쪽 날이 안쪽으로 납작해지자 김연아도 기운이 빠졌다. 어렵게 우승을 차지했지만 놀란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오서 코치는 이런 경험이 연아를 강하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서 코치는 "만약 이런 일이 이번 대회가 아닌 밴쿠버 올림픽에서 일어났다면 어떠하겠는가. 차라리 지난 대회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면서 "연아에게 이번 대회가 큰 약이 됐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밴쿠버 올림픽을 향해 철저히 준비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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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도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