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저녁,
따듯한 난로 앞에서 당신께 읽어주고 싶은 시 하나...
그리고,
함께 듣고픈 노래 한 곡,
길
- 마종기 -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에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우리들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저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신선해졌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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